특별한 일상

장마비를 뚫고 나온 유채새싹

제주돌담 2011. 6. 22. 10:15

 

어제밤과 오늘 새벽에 장마비가 미친 듯이 왔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요란하게 소리지르던 밤이었다.

유난히도 바람이 많은 고산리 한장동인데 장마바람에 농작물이 무사할까 싶었다.

오늘은 아침 산책도 거르고 텔레비젼을 켜고 보다가 아침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문득...따스한 것이 먹고 싶어 떡국을 끓이기로 맘 먹었다.

밭에 있는 부추를 자르러 가위를 들고 나섰다.

 

무수히 쏟아진 비를 땅이 다 품지 못했는지 군데 군데 물이 고여있다.

텃밭의 식물들이 무사한지 둘러봤다.

다들 무사하다. 다행이다.

그런데 새로운 것이 눈에 띈다.

 

며칠 전 유채싹을 뿌려둔 곳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변화가 없던 그곳이다.

새싹이 났다. 파릇파릇하고 연두색의 새싹.

 

 

 

잘 눈에 띄지 않아 땅에 바짝 얼굴을 붙여야 겨우 볼수있다.

 

 

꼭 콩나물을 길바닥에 뿌려놓은것 같은 모습이다.

신기하게 이렇게 몰아치는 비속에서도 싹을 틔우며 땅을 뚫고 나왔다.

 

 

생명의 기운찬 힘을 본다.

그 힘이 내게 희망을 주고 웃음을 줬다.

두터운 땅, 쏟아지는 비를 이겨내고 껍질을 뚫고 여린 싹이 세상으로 나왔다.

 

 

갑자기 비가 또 쏟아졌지만 이 놈들을 찍어야만 했다.

옆 집 할망이 지나가다가 비오는데 뭐하냐고 물으신다.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씨~익하고 웃어드렸다. ㅎㅎ

 

 

이사오기 전에 유채씨를 뿌려서 새싹채소로 먹었다.

그때는 뿌릴 곳이 없어서 베란다에 통을 놓고 수경재배하듯이 싹을 키웠다.

그래서인지 이 놈들이 키만크고 좀 야위었는데 땅의 힘을 먹고 자란 애들은 좀 다르겠지~

 

벌써 고민이다.

얘들을 새싹채소로 먹을까, 키워서 유채나물로 먹을까, 김치를 담궈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