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보다는 둘이 함께 가세요~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
그러나...올레길 중 14-1코스. 그 중 곶자왈. 혼자보다는 둘이 좋더라는 걸 느낀 곳이다. ^^
집에서 버스타고 저지마을회관까지 가서 출발~~
출발할때 눈이 살랑 날리는 정도였다.
좀 가다보면 길이 나뉜다. 올레길에 있는 '간세'의 머리가 향하는 방향이 가야할 방향이다.
소를 키우던 곳인지, 말을 키우던 곳인지...폐허가 되어 있다. 사료값도 안나온다는 생산지 소값이 생각난다.
양 옆으로는 감귤밭이었다. 그러나 이미 감귤을 다 따서 초록 나무만 보였다.
14-1코스 길은 흙길이 많다. 곶자왈, 숲길이 많아서이다. 그래서 더 좋다.
처음엔 두 마리만 나오더니 사진기를 들고 있으니 한 마리씩 더 나온다. 얘들도 사진찍는 걸 아는걸까?
멀리 민둥산 같은 모습을 보이는게 '문도지오름'이다.
엉덩이만 보이고 머리를 박고서 건초를 먹고 있다. 역시 추울때는 많이 먹어야 한다. ㅎㅎ
문도지오름을 오르는 길에 해가 났다가 눈이 내리다가 변덕이다. 그래도 눈이 찍히네~~
길 중앙에 서 있는 저 나무같이 중심잡고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갑자기 저 나무는 내게 아프리카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할까?
문도지오름엔 방목된 말, 소가 많다. 이날은 추워서인지 얘만 만났다. 무수히 많은 그들의 응가만 봤다...
14-1코스는 주의표지판이 많다. 문도지오름 꼭대기 가는 길이다.
흙 색깔이 우리동네와 달리 붉다. 오름 꼭대기라 바람이 장난이 아니지만 멋~지~다.
눈이 주변을 덮어버려 보이지 않는 그 장면은 진짜 멋졌다. 이런 건 날씨가 받쳐줘야 본다.
역시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다시 숲길로 들어가야 한다. 아쉽지만 숲으로 들어가면 덜 추워서 나쁘지는 않다.
바람 끝내주지 않나요?
문도지오름을 뒤로하고 흙길을 걸어 곶자왈로 간다. 푹신한 길이다. 햇살도 좋다. 잠시였지만...
곶자왈 시작이다. 정말 휴대전화 연결이 안된다. 그리고 길~다.
입구와 출구에 큰 간세가 있다. 이 길을 나갈 때 파란색 간세를 보니 정말로 반가웠다.
길 바닥에 돌로 표시가 되어 있어서 계속 이런 길인 줄 알았다. 처음만 요렇게 되어 있다.
곶자왈은 인간이 손을 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 존재한다. 그래서 나무가지들도 어지럽다.
생명의 신비랄까. 죽은 나무인줄 알았더니 꺽인 채 줄기가 살아서 아래로 다시 자라고 있다.
곶자왈은 이런 나무들이 참 많다. 그래서 더 헝클어진 것처럼 보이고 우거져있다.
돌멩이를 덮은 이끼와 덩굴이 아름답다.
눈이 조금씩 날려서 안 그래도 어두운 숲길이 더 어둡다. 사실 조금씩 마음이 두근거렸다. 좀 무서움...
중간에 만나는 올레길 표시가 너무 반갑다. 어느 길인지 잘 모를때 나에게 확신을 주는 유일한 것이다.
만나는 사람도 없고, 다른 표지는 전혀 없다.
오로지 바람, 돌, 흙, 나무, 길이 나와 함께 했을 뿐이다. 짧은 순간 사람이 그리웠다.
곶자왈의 깊음, 여운은 참 좋다.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좀 외롭기는 했어도 조용한 길이 계속 됐으면 한다.
그 길에서 나무에 난 버섯을 봤다. 뭔지 자세히 몰라서 따지는 않았다...
다른 덩굴이 나무 하나를 꺽어버렸다. 그래도 이 나무는 다른 방식으로 자라고 있다.
우리 삶도 이렇게 여러 장애를 만나고 꺽이기도 하지만 쓰러지지 않고 계속 될거다.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활동가들이 생겨나는 게 안타깝다.
내 삶도 누군가에게 이런 반가운 안내리본이 되었으면 한다.
곶자왈도 돌담들을 몇 개 지나는 곳이었다.
두 개의 곶자왈을 지났지만 두 곳은 비슷한 듯하지만 좀 달랐다.
지나고 나니 녹차밭이 나온다. 반갑다. 녹차밭이 나오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겨울에도 자기 색을 유지하고 있다. 기특한 것~
다음에는 그 뒷 길도 걸어야지. 그땐 누구랑 같이 갈까?? 같이 갈 사람~~제주도 오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