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유배길 3코스,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길안내와 함께.
추사 유배길은 1코스, 2코스, 3코스가 있다.
추사 기념관은 이미 2번이나 봤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산방산을 돌아가는 유배길 3코스를 가기로 했다.
며칠, 제주도의 날씨는 넘 좋았고 봄날을 연상시켰기 때문에 실내에 있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추사 기념관에 가서 유배길 지도를 얻어서 가려고 했으나...지도는 없단다.
그렇다고 바깥에 그려진 안내판도 없었다.
예전에 단산을 가느라 가봤던 대정향교를 기억하고 있어서 거기가 3코스 출발이라는 것만 확인하고 갔다.
단산을 지나서 언덕길을 넘으면 대정향교가 보인다.
낮은 문은 저절로 허리를 숙이고 넘어가게 함으로 겸손하게 만든다고 한다.
정말 멋진 환경이었다. 그냥...여기서는 저절로 공부가 될 것 같았다. 나도 이런 곳에서 공부하고싶다~~
어디를 앉아도 그림이 된다.
이 그림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인지 안내가 잘 안돼있고 화장실은 따로 표시가 없다. 짐작으로 찾아야 한다.
주차장쪽으로 나오면 유배길에 대한 안내판이 붙어있다.
매년 기념행사 하지 말고 이 길에 대한 안내지도라도 만들면 안되는걸까?
걷는 동안 추사유배길은 제주올레길, 지질트레일, 산방산 둘레길과 만났고
다른 길들을 안내하는 리본과 안내판, 그것때문에 길을 잃지않고 계속 찾아갈 수 있었다.
시작을 알리는 나무판이다. 이런 표식이 가는 동안 나오기는 하지만 정작 있어야 할 곳들은 없었다.
이미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올렸던 블로그의 사진을 뒷 풍경과 대비하면서 길을 찾는 헤프닝도 있었다.
길 알림판 밑의 문구가 마음에 드는 것들도 몇 개 있었다.
밭 사이로 가는 그 길을 따라가면 산방산을 돌게 되어 있다.
산방산을 마주보고 길은 왼쪽 오른쪽으로 나뉘어 있다. 여기서 우리는 멈췄다.
길 안내가 없다. 헐~~우리는 과연 어디로??
귀퉁이에 쓰러져 뿁혀있는 길안내판을 발견하고 세웠다. 그냥 대충 방향을 잡아보니 산방산을 향한다.
산방산을 올라갈 수는 없고.
처음 본 3코스 그림에서 산방산을 오른쪽에 끼고 도는 길이었으니 그냥..왼쪽으로 가자.
그리고 다른 이의 블로그를 뒤져서 여기를 찍은 사진과 실제 풍경을 비교해보고...왼쪽이 맞는 듯.
단산, 바굼지오름이 멀리 보인다. 앞과 뒤 그리고 옆 모습이 다르다.
오른쪽으로 산방산을 끼고 걸었다. 내가 언젠가 한번은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그러나 나의 바람은 당분간 이뤄지기는 어려울것 같다. 2021년까지 출입금지 구역이다. 아쉽군...
추사가 건강하게 살았던 것은 산방산 산책을 많이 해서였다는 안내판이 있다.
당시 대정읍에는 90세였던 노인도 있었다고 한다. 산방산의 기운을 얻어서였단다.
이 안내판의 문구는 마음에 들었다. 시련을 겪은 후에야 사물과 사람의 진가가 보이는 법이다.
여기는 지나다니는 사람, 차가 거의 없어서 더 좋았다.
가는 길에 잠시 샛길로 빠져서 미륵보살상이라고 되어 있는 이 곳에서 쉬었다.
여느 절에서 보는 모습과 달라서 더 친근하고 더 마음에 들었다.
전봇대에 묶인 분홍 리본과 안내판이 대부분 없어졌는데 여긴 그대로 붙어있다.
갑자기 너른 들판이 나오고 길 안내가 없다...다시 여기서 고민.
산방산 둘레길을 따라 가는 거 말고는 길이 없을듯 하여 선택. 빙고~~
추사의 아호는 100여개가 됐다고 한다. 그래서 돌멩이마다 추사의 호를 써놨다.
한자를 안쓴지 너무 오래돼서 모르는게 천지다.
가는 길에 안덕면 4.3희생자 위령비도 있다.
이 위령비에는 투쟁했던 민중들도 포함되어 있는 걸까...
요즘 제주에 비가 잦아서 귤을 많이 따지 못했다고 하더니...아직 귤이 주렁주렁이다.
탐방로는 다음에 다시 가기로 하고.
안덕계곡이다. 올레길의 한 코스에도 들어가고 드라마를 찍은 이후 더 유명해졌다.
추사 유배길 3코스가 끝났다. 유배길 중 주제 안내판이 이렇게 세워져있다.
그런데 아쉬운 건 이 뒷모습이 대부분 가려져있다.
이렇게 보이지도 않게 할거면 뭐하러 뒷모습을 이렇게 심혈을 기울였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색의 길.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며 걸었던 길.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계속 찾아가야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