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2022.3.26.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획, 14명 작가/나름북스
2020년인가에 이 책 얘기를 들었는데, 출간은 2017년이었다.
제목처럼 의사들의 이야기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질병을 확인하는 의사. 직업환경의사들이 말하는 산업재해에 대한 이야기다.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프롤로그는 이 책을 낸 의미와 현재상황을, 에필로그는 직업환경의사들과 산재노동자들이 사회적권리 확장 의미를 담고 있다.
1장은 <산업재해 혹은 노동권을 뒤흔든 일곱 개의 장면>이다. 개인적인 경험이자 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건들을 소개와 해석을 했다. 2006년 조선족 노동자의 DMF중독사망사고는 나도 모르는 장면이었다. 석면, 진폐병동, 청구섬싱병원의 일터괴롭힘, 철도기관사들의 정신질환, 두원정공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투쟁, 대우자동차 이상관의 죽음.
2장은 <오늘, 우리시대의 산업재해:죽음의 공장, '관계자외 출입금지'>로 소제목이 붙어져 있다. 5개의 글은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하나 또는 몇 개의 연관된 사례를 통해 무엇이 죽음의 현장을 만들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조선소의 열사병은 더워서가 아니라 저열한 제도 때문임을
화장품회사인 에버코스의 사례를 통해 숨겨진 산재는 위험을 방치하고 생명을 무시하는 범죄임을
어느 정도 위험해야 일을 멈출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작업중지권에 대해
예방을 위해 마련된 건강진단이 자본이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골라쓰게 하는 모순을 가져오게 된 사실에 대해
생계를 위해 위험함을 알지만 말하지 못하고, 사망한 산재노협 활동가를 통해 보장되지 않는 생명안전에 대해
3장은 <소리 없는 살인자, 직업병: 당신은 고장 난 쓰레기가 아닙니다>는 7개의 글로 채워져있다. 사고보다는 덜 인식되어 있는 질병에 대해 알려준다.
첨단전자산업의 위험성, 석재 산업, 간호사들의 유산과 기형아 출산, 조리급식 노동자들의 골병, 감정노동, 과로사(자살), 우울증에 대한 사례들을 담고 있다.
4장은 <안전의 외주화: 불안정노동자의 불안전 노동>은 불안정노동자였기에 발생되었던 사례들 4가지를 소개한다.
2016년 남영전구 수은중독, 이주노동자들의 집단 앉은뱅이병을 만든 노말헥산, 시력을 앗아간 메탄올 중독, 사업체 파견 현장실습에 착취당하는 어린 노동자의 이야기다.
아직도 이런 일이 있나 싶지만 아직도 이런 일은 있다.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소개하고 개인적 경험과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잘 읽히는 책이다.
프롤로그 제목처럼 "당신은 어떤 일을 합니까?/나는 어떤 일을 합니다" 아파서 병원가면 의사가 꼭 물어보면 좋을 말이자, 노동자들이 꼭 해야 할 말이다. 에필로그에 담긴 해석처럼 직업병을 만드는 기업, 직업병을 만드는 사회에 맞서 직업병의 사회적 권리를 확장하려는 번역의 연결망들은 끊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서 굴뚝 속으로 들어가는 의사가 있다면 굴뚝 밖으로 나오는 노동자도 있어야 하고 노동자-환자의 정체성이 새로운 현장운동을 만들어내기도 할 것이다.
화학물질에 복합노출, 기형과 유산에 대한 남여의 태도차이, 감정노동의 부정적 영향의 이유, 정량적인 요소만 기준이 될 과로 규정의 위험성 등은 좀더 살펴봐야 할거 같다. 글 하나하나가 다 담긴 내용이 많고 나눠보면 좋은 공부가 될 거 같다. 이 공간에 글 하나하나를 다 담아내긴 어려운게 아쉬움이다.
14명의 작가는 이러하다. "강동북, 공유정옥, 김대호, 김영기, 김인아, 김재광, 김정수, 김형렬, 류현철, 송한수, 이진우, 이혜은, 전주희, 최민"
*26P. 제일화학의 기억(석면): 폐병이 석면에 의한 직업성 질환이며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본인의 잘못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 줄 의사가 없었던 것이다.
*56P. 청구성심병원의 일터괴롭힘: 비인간적 작업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이 없이는 안정과 치료 후에도 재발의 소지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2003년 주치의 말이 적중했던 것이다.
*59P. 죽음을 막지못한 건강검진(독성간염): 그럼 저기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벌써 다 죽었게요? 십년 넘게 하고들 있는데 다들 멀쩡하지 않습니까. 그 사람은 일을 한 달도 안했다구요.
*P253. 수은중독(미친 모자장이의 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수은중독된 펠트모자 제조공(조니 뎁 역). 어눌한 말, 심한 감정기복, 손 떨림등은 수은중독자의 모습을 표현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