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3.6.24.토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 출판
부제: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책읽기모임에서 진행한 핫한 책. 인기있는 책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도서관에서 빌리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했고 책은 발행한 지 몇 년은 된 듯하게 너덜거렸다. 이 책을 읽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이 묻어있는거겠지. 작가가 행복해할 상황이다.
이 책은 일단 재미있다. 과학책인거 같지만 철학책이고, 다른이의 이야기이면서 자신의 이야기이며, 자연에 대한 이야기인듯 하지만 사람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래서 갈래가 많고 입체적이다. 삽화는 너무 인상적이었고 바늘로 긁어낸 그 느낌이 거칠지만 생동감있었다.
"아빠, 이 책은 아빠를 위한 책이에요." 라는 첫 장의 말은 책을 읽으면 의미가 이해된다.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다.
p15. 혼돈이 그 사람을 집어삼킬 것이다... 혼돈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가'하는 시기의 문제다. 이 세계에서 확실한 단 하나이며 우리 모두를 지배하는 주인이다.
p44. 모든 생물을 하등한 생물부터 신성한 생물까지 차례로 배열할 수 있다는 '신성한 사다리'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구상했고, 후에 '스칼라 나투라이(자연의 사다리)'라는 라틴어로 번역되었다. 그리고 아가시는 생물들을 제대로 된 순서로 배열하면 신성한 창조주의 의도뿐 아니라 어쩌며 더 진보할 방법에 관한 실마리까지 알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p55. 너한테는 네가 아무리 특별하게 느껴지더라도 너는 한 마리 개미와 전혀 다를 게 없다는 걸. 좀 더 클 수는 있겠지만 더 중요하지는 않아...과연 네가 토양 속에서 환기를 시킬 수 있을까? 목재를 갉아 먹어 분해의 속도를 높이는 일은? 나는 네가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런 면에서 지구에게 넌 개미 한 마리보다 덜 중요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지.
--> 인간의 노동이 특별하긴 하지만 그것은 인간사회에서의 중요성이자 다른 생명체와의 차별점일뿐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다른 생명체에 비해 더 우위에 있으며 중요하다(무엇에게. 절대적으로.)는 것은 아니다.
p67. 다윈은 종이, 분류학자들이 본질적으로 불변의 것이라 믿었던 모든 복잡한 분류단계(속,과,목,강 등)가 인간의 발명품일 뿐이라고...끊임없이 진행되는 진화의 흐름 주위에 인간이 우리 '편리'하자고 유용하지만 자의적인 선들을 그었다는 것이다.
--> 여전히 이런 분류체계를 쓰고 있는데.
p99. 마침내 우리는 성스러운 완모식 표본 앞에 당도했다. 표본번호 #51444. 아고노말루스 요르다니.(98). ... 데이비드가 만난 수천 가지 물고기 중에서 자신의 이름을 붙이기로 선택한 단 하나가 왜 하필 이것이었을까. ...물고기의 형태에는 물리법칙에 어긋나 보이는 뭔가가 있다. ... 속명인 아고노마루스(Agonomalus)는 "모서리가 없음"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왔다. ...모서리가 없는 조던. 뫼비우스 띠처럼 두 개의 면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하나인 면.
p126. 자신에 대한 낙관적인 관점은 자기 발전에 대한 저주라는 것이다. 자신을 정체시키고 자기 발달을 저해하고 도덕적으로 미숙하게 만드는 길이자 멍청이가 되는 지름길이다. 이런게 정말 그의 세계관이라면, 그가 그렇게 자기 과신을 경계하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집요함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p139. 정확한 인식이라는 미덕을 지닌 사람들은 어떨까? 짐작했겠지만 그들은 병적인 수준의 우울증에 걸렸다. 그들은 살아가는 일을 힘들어했고, 좌절을 겪은 뒤에는 회복이 더 어려웠으며,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종종 더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기만'이라는 용어는 '긍정적 착각'이라는 중립적 표현으로 바뀌었다.
p181. 자선과 호의가 "부적합자 생존"을 초래하는 일이라 믿고, 그러한 자선의 위험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심어주는 게 그책을 쓰는 목적이었다. 전 세계에서 인류의 "쇠퇴"를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이 "백치들"을 몰살하는 것이라고 권고하는 책. ... 바로 우생학(eugenics)이다.
p182.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들만 자식을 낳을 수 있도록 허가하고, 그 밖의 사람들이 자식을 가지려고 시도하면 투옥하고 "가차 없고 엄격하게" 처벌하는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였다. ...가난,게으름,새들을 분류할 수 있는 능력, 이 모든 게 단지 혈통의 문제라는 것이다.
--> 히틀러의 장애인 말살, F4정책, 강제 불임수술도 떠올랐다. 그리고 약자에 대한 혐오나 인종주의도 같은 계열임을.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2017년 미국 법정에서도 불임화를 받는 대가로 수감형량을 줄여주겠다는 제안을 판사가 했다는 사실(196) 그리고 워싱턴 곳곳에 우생학 이데올로기가 영웅의 얼굴을 하고 전시되어 있다.
P187. 가장 강력한 형태의 타격을 가해올 때도 그 종이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다윈은 무엇을 꼽았을까? 바로 변이다. 행동과 신체의 특징에 변화를 일으키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 말이다. 동질성은 사형선고와 같다. 한 종에서 돌연변이와 특이한 존재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은 그 종이 자연의 힘에 취약하게 노출되도록 만들어 위험을 초래한다.
P227.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다윈의 관점).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의, "생명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P233. "한 국가가 낳은 최고의 인재들을 파괴하는 일에 내보내면, 차선의 사람들이 그들의 빈자리를 메울 것입니다. 약한 자들, 악한 자들, 낭비하는 자들이 번식하고---나라를 다 차지해 버릴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데이비드는 자신의 우생학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평화주의자가(전쟁반대) 된 것이다.
--> 데이비드는 상금2만5천달러의 국제평화상을 받았다. 전쟁반대의 이유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평화도 모두 똑같지 않다.
p251. 에모리대학의 유명한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 이것이 인간이 항상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상상 속 사다리에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와 다른 동물들 사이의 유사성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것 말이다.
p252. 까마귀와 챔팬지가 도구를 만들 수 있다는 증거에 대해서는 인류를 정의하는 종류의 도구 제작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해석한다. 어떤 인지 과제에서 동물들이 우리보다 뛰어나다면 그들은 그것을 지능이 아니라 본능이라고 치부한다. 이와 같은 수많은 언어적 수법을 드 발은 "언어적 거세"라고 표현했다. 즉 그것은 우리가 언어를 사용해 동물들의 중요성을 박탈하는 방식이자, 우리 인간이 정상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 단어들을 발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키워드로 보기>
○페니키스 섬(Penikese Island), 케이프코드(국립해안), 스탠퍼드 대학, 아오스타 마을
○데이비드 스타 존스, 루이 아가시, 제시와 바버라, 애나와 메리
○위계, 질서, 생명의 사다리, 혼돈, 절제, 그릿, 세상 가장 쓴 것, 부적합자, 민들레법칙
○유리단지, 스트리크닌,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다윈<종의 기원>, 캐럴 계숙 윤<자연에 이름 붙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