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

[2024-06]중간착취의 지옥도

제주돌담 2024. 2. 11. 15:13

2024.02.09.(금)
남보라,박주희,전혼잎 지음 / 글항아리

합법적인 착취의 세계와 떼인 돈이 흐르는 곳

한국일보 기자들이 202116회에 걸쳐 보도한 지옥도 기사 이후 나온 책이다. 한국일보에 실린 기사 외에도 인터뷰를 통해 정리한 문제의식, 그 이후 국회에 법제정(개정)을 위해 입법발의를 요청한 경과도 담고 있다. 100명을 인터뷰한 글에는 구체적인 사례와 증거들도 있다.
1100만 비정규직이라고 말을 한다. 그 중에 간접고용 노동자가 340만 명을 넘어선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100명을 인터뷰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럴 거 같다. 노조를 만들거나 조직을 만들어 집단화되어 있지 않은, 개인으로만 존재하는 노동자는 뿔뿔이 흩어져있기도 하고 드러나지 않는다. 드러나지 않아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말에서 저자들도 “100명 섭외에도 애를 먹었습니다. 이들은 파편화된 채 뿔뿔이 흩어져 있어 닿기가 쉽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

간접고용노동자는 파견, 용역, 하청, 도급, 일용, 플랫폼, 프리랜서 형태로 존재한다. 정주노동자도 있지만 이주노동자는 더 심한 착취를 당한다. 간접고용노동자들이 더 늘어나고 착취를 당할 것이라는 노동계의 목소리를 짓누르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파견법이 국가위기라는 틈을 타 만들어졌다. 불법이라 암암리에 행해지던 고용이 합법이 되고 확대되었다. 상시적 업무라 정규직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계약직, 파견직, 용역직을 번갈아 돌려막기 한다. 개인적으로는 고용업체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하는 일은 똑같고, 일하는 그곳의 사용업체도 동일하다. 고용업체는 한 노동자를 가업체에 보냈다가 2년이 되어가면, 나업체로 보낸다. 더 쉬운 착취를 위해 용역계약보다 파견노동이 늘었고 착취는 진화하고 있다. 착취 방법의 변화와 함께 고용형태의 다변화도 요즘의 추세다. 그런 과정에 생겨날 수밖에 없고, 이것 때문에 그런 과정이 반복되기도 한다.

중간착취”  노동자와 사용주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틈에 들어와 자기 이익을 챙겨가는 행위다.
사용주-고용주-노동자. 법적으로는 고용주가 되는 존재가 그들이다.

원청으로부터 받은 전체 용역비를 공개하지 않으며,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로 지급하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임금의 항목을 바꾸고 없애서 법은 어기지 않으면서 임금은 인상하지 않는.
스스로 2차 하청을 또 만들어 다단계로 수수료를 가져가는.
빈 직책을 만들어놓고 다른 이의 이름만 올려둔 채 그 몫을 가져가는.
정해진 대로 임금을 다 주고 다시 그 중 일부를 스스로 내놓게 만드는.
인원수를 줄여 한 노동자가 애초 감당해야 할 노동의 양을 늘려서 이익을 취하는.

그런 중간착취자들은 사용주인 원청과도 이해관계가 맞기 때문에 이런 행위를 할 수 있다.
중간착취가 오롯이 중간착취 업체들만의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공개되지 않는 원청의 용역비, 관리비는 노동자들이 문제제기하는 것조차 어렵게 한다.
문제가 생기면 원청은 업체와 계약해지하고, 업체는 노동자를 짜른 후 다른 이름으로 창업한다.
원청 이익증대의 한 방안이 업체를 쥐어짜는 것이기에, 쪼그라든 업체는 그 압박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한다. 그래서 낙하산 인사가 원청 권력자에게는 필요하다.
원청도, 하청도 손쉬운 해고, 노조결성 방지, 중간착취, 밝히기 어려운 원청의 책임성 등을 위해 더욱 간접고용을 선호한다.

지금까지 원청업체에서 사용한 간접고용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받았기에 정규직으로 간주하고 고용하면 해결되는 문제는 길게 길게 법정다툼으로 끌고가면서 노동자들은 지치고 떨어져나간다. 그리고 원청은 (하청,도급,용역,파견..)업체의 중간착취에 적당한 선을 그어주고 들여다보던 행위마저 중단하게 된다.
이제 중간착취는 더 교묘해져서 다양한 명목으로 행해진다. 방법도 앱을 통해서 이뤄지고 내 고용주가 누군지도 모른 채 일을 하게 된다. 노동자들은 권리보다 유지해야 할 일자리가 더 크고 더 위험하기 때문에 강요받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달한 기자들은 전달자로 멈추지 않고 법을 바꾸는 방안을 제안하고 시도했다. 국회의원들과 고용노동부의 내용도 없는 검토중이라는 말로 희망이 꺾여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시도는 꺾이지 않았다. 목소리가 계속 나오다보면 언젠가는 법도 바뀔거다. 국회의원들이나 고용노동부를 움직이게 하는 건 사회적 힘이다. 노동자들의 힘. 노동자 가족이자 지인이며 노동자이기도 한 시민들의 요구가 모여야 한다. 언론기사도, 이 책도, 모두 그 힘을 모아가는 과정이라 여긴다.

잘 거론되지 않던 파견법에 대해, 가장 최근에 정리되고 이야기했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다. 지난번 읽은 신다은 기자-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처럼 기자들이 쓰는 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짧은 지면에 다 담지 못하는 내용들을 나누고 싶은 욕구겠지. 그런 기자들이 더 더 생겨나면 좋겠다. 그런 기자들을 독려하는 언론사가 더 튼튼해지면 좋겠다.

기사-->  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indirect_lab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