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되기 2탄 '마늘심기'
마늘심기가 시작됐다.
풋마늘이다.
제주도에서 풋마늘을 심는 곳은 몇군데뿐이다.
보통은 마늘을 한 달쯤 후에 심는다.
지난번 마늘까기로 동네분들과 어울렸다.
오늘은 그때 깐 마늘을 심는 작업이다.
이렇게 쓰고나니 내가 작정하고 그 작업을 한것 같지만
실상은 마음은 있었으나 몸은 미적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까지 피곤함이 남아있어서
오늘 아침은 늦게 일어났는데 집주인어머님이 오셨다.
"이제 일어났구나"하는 말씀에 좀 민망~ㅎㅎ
뒷집 할아방네 오늘 마늘심그는데 가서 도와주고 배우라는 말씀
대충 씻고 나갔다.
그 집 할머니 혼자 앉아서 마늘을 심그고 계셨다. 넓기도 넓다...
다행히 오늘은 흐리다. 이렇게 마늘을 심그고 나면 볏짚을 덮어둔다.
강한 햇빛을 막아주고 수분도 적절히 조절하기 때문이다.
한 이랑의 절반을 할머니, 할아버지, 나 셋이서 했다.
할아버지가 트랙터로 두번째 작업할 길을 내면 고무대야에 담긴 마늘을 심으면 된다.
지금 심는 풋마늘은 토종마늘이다.
우리가 많이 먹는 일반 마늘의 씨마늘은 수입이란다. 주로 중국산이다.
신기한 건 토종마늘은 눕혀서 심어도 마늘이 나는데
수입마늘은 마늘뿌리가 아래로 가도록 똑바로 심어야만 된단다.
토종은 역시 좋은 것인가보다.
한 이랑 작업을 끝내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반대편 끝으로 오는데
다리가, 허리가 안펴진다. 발은 땅과 따로 논다.
할머니들이 꾸부정하게 걷는 것이 너무나 충분히 이해됐다.
트랙터로 요렇게 땅을 갈아서 돌도 걸르고 흙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이 밭은 그 전에 하지감자를 심었던 곳이다.
노인부부 두 분이서만 일을 하신다.
두분이 드시는 점심으로 같이 먹고 홍삼음료수도 마셨다.
점심은 정말 단촐했지만 배가 고파서 잘 먹었다.
국수, 물외, 부침개가 점심이었다.
물외를 된장에 찍어먹으라고 해서 먹었는데 파는 오이보다 맛은 확실히 있다.
처음에 종알거리던 나도 점점 입이 다물어졌다.
오늘의 작업은 끝. 두번째 이랑까지만 작업했다. 그래도 허리가 끊어질것 같다.
다리는 여전히 휘청거린다. 농사짓는 사람들 대단, 대단하다.
두 분이 고맙다며 또 마늘을 챙겨주신다.
집에와서 씻으려고 거울을 보다가 웃음이 터졌다.
흙먼지에 내 얼굴이 완전히 까맣게 됐다.
사실 할머니 얼굴이 이렇게 된 걸 보고 웃었는데 내 얼굴이 이런줄은 꿈에도 몰랐다.
핸드폰도 시커멓게 됐고 양말과 바지사이 틈을 따라서도 새까맣다.
동네분들은 좋아하신다. 동네사람 되어간다고~~나도 좋다.
낼은 피곤해서 아침이 아니라 점심때 일어날 것 같다.
오늘 일 나가서도 처음엔 졸려서 혼났는데...^^
그래도 그제, 어제, 오늘은 즐거웠다. 사는 것 같고 웃음이 나오고 좋다.
이제, 마늘 먹을때 농민들과 자연에 감사하며 먹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