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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상

3년전, 강정 구럼비 발파를 기억합니다...

 

강정소식이 궁금해서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3월7일. 강정 구럼비 발파 3주기를 맞아 행사를 한단다.

혼자서 또 버스타고 강정을 찾아갔다. 오랜만이다. 몇 달만에 다시 찾은 곳이다.

 

2시부터 시작한 기자회견은 이미 시작되었다.

급하게 준비된 행사인 듯 생각보다는 많은 수가 모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마음은 있으나 오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것이 강정투쟁이 유지될 수 있는 힘이었으니까.

 

할망물 할망을 선두로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탯줄을 서로 서로 이어서 행진을 시작한다.

고달픈 행진이 아니라, 생명줄을 서로 이어서 함께 살아가는 즐거운 나들이 같은 행진이 시작된다.

 

탯줄을 의미를 가지고 있는 줄이라고 사회자가 말한다.

너무 오랜만에 그곳에 간 나는...좀 어색하여 그 줄을 잡지는 못했다.

언제나 이런 곳에 가면 아는 이가 없어서 좀 난감하긴하다. ㅎ

 

생명을 서로 이어서 흥겨운 풍물패를 앞세우고 평화센터를 향해 간다.

길을 따라 3년 전 슬픔을 여전히 안고, 그 슬픔으로 지쳐 쓰러지지 않고 딛고 일어서 걸어간다.

 

배가 뜨는 날은 이렇게 평화센터 앞에서는 생선장이 열린다.

행진하다가 여기서 잠깐 발언을 듣는 사이 모두들 "이거 얼마꽈"를 물어본다.

행진 끝나고 다시 돌아와서 가져가겠다며 손질을 부탁하는 이들도 있다. 꽤 재미났다.ㅋㅋ

생각보다 큰 옥돔도 있어서 나도 사고 싶긴 했다. 돈을 한푼도 안 가져간 게 아쉬웠다~

 

다시 서로의 몸을 하나의 생명으로 잇고 출발~~

 

할망물 할망은 가락과 노래에 맞춰 신명나게 춤을 춘다.

자기 속의 모든 슬픔을 흥으로 끌어올리듯이 말이다. 난...아직 그게 안된다.

 

저 걸음 하나마다 다들 무슨 소망을 가지고 걸었을까.

해군기지 공사는 많이 진척되었고 저들은 밀어부치고 있는데

이 길을 함께 걸어가는 이들은 무엇을 꿈꾸며 지치지않고 걸어갈 수 있었을까?

오랜만에 그 길을 함께 걸으면서 나도 상상해본다.

 

공사장 앞이다. 행진을 계속 하라며 경찰은 방송을 해댄다. 행진신고가 다 된 곳임에도 난리다.

걷고 말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다시 길을 가는 것이 행진인데, 저들은 그냥 빨리 걸어서 사라지란다.

 

마을이 파괴되고 있다. 그런데 한 쪽에서는 각 지자체에서 '마을살리기' 운동을 한다.

제주도도 마을사업을 위해 교육도 한다. 도대체 마을 살리기, 마을 사업이란 게 무엇일까?

마을에 함께 사는 사람들의 삶이 무너지고 파괴되는데...

 

공사장이 보이는 행진의 종착지에 도착했다.

할망물이 나눠주는 물을 돌아가면서 한 모금씩 마셨다.

 

우리에게 생명의 물을 주고, 할망은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저 할망은 강정 앞바다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 내년에 또 할망을 만날 수 있을까?

 

기억은 소중하다. 잊어버리지 않는 것은 올바른 역사를 지켜가는 것의 시작점이다.

공사가 끝나간다고 할지라도 강정투쟁은 끝나지 않을거다.

마을 사람들이,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한 어떤 식으로든 투쟁은 계속될거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곳에서 저 할망물을 만날 수도 있겠지...

 

마음의 짐 같았던 강정에 하루 다녀와서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일상을 함께 하지못해서 미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