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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상

마늘까기 12시간. 3만원을 벌다.

 

 

 

 

 

혼자 놀기의 달인.

그래도 가끔은 심심하다.

그리고 동네사람들과 더 넓게

친할 기회가 별로 없다.

모두들 일을 하시고 난 일을 안한다.

그래서~오늘 나도 일을 했다.

동네의 특산품 중 하나인 마늘.

마늘까기가 이제 막바지다.

뒷집 할아방에게 물어보고 근처집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새벽6시까지 출근이다.

오늘따라 아침 해가 미친듯이 붉어서 하늘이 너무 예뻤다.

 

마늘 깔 집으로 가니 창고에 네 분이 이미 일을 시작하셨다.

난 정확히 6시에 갔는데...

 

내가 정확히 알아들을 수없는 제주어로 얘기를 하신다.

나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얘기를 해주시기도 하는데...못 알아듣겠다.

눈치로 대충 맞춰가면서 얘기에 끼어들긴 했다.

 

다리 한 번 안펴고 밭에 심을 마늘을 깠다.

장갑 하나 끼고...손톱이 젓혀지는 느낌이 조금씩 들때쯤.

아침8시. 아침밥을 먹으라고 한다.

 

밥 먹으러 가면서 우리가 작업하던 곳을 돌아봤다.

 

그 집 거실에서 밥을 먹었다. 여기에 뱅어돔과 자리돔 조림이 더 나왔다.

 

국은 돼지고기를 넣은 된장국이다. 의외로 시원했다. 고기는 남겼지만...

 

또 작업은 시작되었다.

오후1시까지 귀는 라디오를 듣고 입은 계속 뭐라고 얘기하고 있다.

나의 입은 조금씩 닫혀가고 있었다.

더 이상 눈치로 알아들을 수 있는 얘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참 잘 흘러서 낮1시. 점심시간이다.

 

마늘을 까도 까도 계속 나오고 있다.

 

점심에는 시원한 냉국과 도미조림이 나왔다. 밥은 참 맛있다.

계속 앉아있기만 하는데 배가 고픈게 신기할 따름이다.

 

밥 숟가락 놓자마자 또 일을 하시니 나도 따라서 일을 한다.

16년 전 주변 동네에서 벌어졌던 일 얘기도 듣고

지나가는 어르신들마다 나한테 일 할만하냐고 물어보시며 대답하고...

오후4시가 되자 간식이 나왔다. 새참이다.

배는 안 고파도 먹고싶었다.

 

찐빵인데 이 집 어머니가 다 만드신거다.

자주색은 고구마를 쪄서 만들었고, 쑥색은 쑥을 쪄서 만들었다고 하신다.

파는 것과는 맛이 다르다. 쑥빵은 쑥향기가 끝내준다.

발효는 막걸리로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새참도 먹고(난 2개하고 반개를 더 먹었다~^^)

또 마늘과 마주했다.

내 손톱은 점점 아려오지만 다행히 시간도 흘러간다.

무엇이든 끝은 있는 법. 오후6시30분. 오늘 작업 끝!!

 

주인이 수고했다면서 만원짜리 3장을 준다. 하루 일당이다.

12시간30분동안 작업장에서 일하고 받은 나의 임금. 3만원.

적은 돈이었지만 동네분들과 더 가까워지는 기회였다.

 

몸은 움직이지 않고 손가락만 움직였는데도 피.곤.하.다.

다행히~이제 마늘까는 건 끝이란다.

또 시키면 어쩌나 잠시 고민한건 사실이다. ㅎㅎ

 

너무 소중한 3만원을 내일 저금해야겠다.

음~그래도 노동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건 아쉽군.

(손톱과 손가락끝이 뻘개지고 좀 붓는다. 어르신들이 오늘 좀 아플거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