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30.화.
랩걸: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호프 자런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출판사
여성과학자를 무척 강조했던 책이다. 여성 과학자가 식물을 나무를 관찰하고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했다. 아니 그렇게 여겼다. 표지도 세밀화라 맘에 들었다. 심지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너무 너무 많은 손을 거친듯이 앞 표지와 뒷 장이 많이 구겨지고 훼손되어 있었다. 다 읽고 나서는 '너무 TMI야. 좀 이기적으로 보이는데'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1부 뿌리와 이파리, 2부 나무와 옹이, 3부 꽃과 열매는 저자의 과학탐구, 일상 생활과 연계하여 나무이야기를 엮어둔 것이었다. 나무와 식물이 책의 중심에 들어와있지는 않다. 그래도 이 책의 식물(나무)에 대한 묘사와 설명을 읽으면서 두근거릴 때가 있었다. 생동하는 나무가 그려지고 전달되긴 했다. 다리를 움직여 위치를 바꾸지 않았을 뿐 끊임없이 주변을 탐색하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잘 살아남기 위한 시도를 하고 도전하는 나무.
정적이고 수동적이라고 생각한 식물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으로 인간이 판단한 것일 뿐, 식물은 참으로 도전적이고 능동적이었다. 기획하고 도모하고 시도하고 선택하는, 복잡하고 기발하게 움쩍거리는 나무의 세계를 잠시 들여다보았다. 그런 이야기가 좀 더 있었더라면 좋았겠다 싶었다.
저자의 개인 이야기가 너무 많았고, 호프 자런과 한 팀으로 이란성 쌍생아로 지낸 '빌'의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성과를 내야 하는 과학계통만 우대하고 지원하는 문제점은 어디나 마찬가지인데 여성과학자에 대한 주변의 냉담한 반응은 '나이어린, 경험이 적은 비권력자'에 대한 반응과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는 잘 찾아지지 않았다. 빌에 대한 저자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 의지가 시작된 상황에 대해서도 잘 이해는 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시콜콜 많은 개인적 이야기와 생각,경험을 담아놨지만 담기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고 느껴졌다. (나는 이런 자전적 에세이(?)류는 좋아하지 않는듯함을 깨달은 기회. ㅜㅜ)
호프 자런이 가진 과학에 대한 애정, 열정은 듬뿍 느껴졌고 이전과는 다른 여러 생각들을 해야만 접근법이 달라진다는 것도, 그래야 연구결과도 달라진다는 것도 이해했다. "다 자란 나무는 자신의 새끼나무를 알아볼까"라는 그의 질문은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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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어떻게 지내니? 하는 일상적인 인사도 아주 개인적인 질문이어서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문화(북유럽 가족 구성원들 포함) --> 상황에 따라서는 개인적 질문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아닐거 같은데...이런 문화가 있어서 가족간에도 대화가 없고 서로 상황도 모른다는 건 문화의 차이같다.
P52.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 2천년을 기다린 연꽃씨앗
P113. 콜로라도에서 나는 나무들이 하지 않는 일들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나무들이 하고 있던 일을 관찰하는데 실패했다...새로운 사고방식이 절실했다. 어쩌면 세상을 식물들의 관점에서 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 한 곳에 집중한채 해내야 하는 것만 보다보니 그 외에 봐야 할 것들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뒤집어보기가 필요하다.
P140. 1년에 한번씩 가진 것을 모두 버리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몇 주 사이에 모든 것을 다시 쌓아올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가능한 것이다.
P203. 생물학자들은 사막을 많이 연구하지 않는다. 식물이 인간 사회에 가지는 의미는 세 가지뿐이기 때문이다. 식량, 의약품, 목재. 이 세가지 중 어느 것도 사막에서는 얻을 수가 없다. --> 실용성이 없으면 연구도 없구나...
P330. 최근 10년 사이에 우리는 나무가 자신의 유년기를 기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이 연구의 대상이 된 모든 나무들은 동일한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씨앗이었을 때 겪었던 차가운 기후를 기억한다는 결론이다. --> 그래서 제주에서 자라던 식물들이 다른 곳에 가면 자라지 못하는 것이거나 맛이 다르거나 그런가 싶다.
P400.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녹색'이라는 단어는 '자란다'라는 동사와 어원을 같이 한다. --> 정치적 이미지를 담은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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