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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2024-02]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2024.01.06(토)
권다은 외 / 월간토마토

"구마모토 지진 현장에 가다"는 부제가 달려있다. 

2023년 7월 15일 발생했던 오송참사 이후 해가 바뀌었지만 재해의 원인, 발생과정, 구조와 복구, 재발방지책 등은 나온 게 없다. 이런 저런 자료를 보고 정리하다가 도서관에서 몇 가지 책을 보다가 읽게됐다. 일본에서는 재난이 잦아서 대응을 더 잘할거라는 일반적 인식이 있는게 사실이고 관련된 책들도 많지만 이 책은 한국 대안학교 배울이들(학생)들과 일본 학생들이 재난이 발생한 1년후 그곳을 찾아가는 내용이라 들여다봤다.
여행을 하는 목적이  재난이 발생한 '구마모토'에서 다시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라, 망설이다가 읽은 건 사실이다. 

솔직히 난 일본을 가본 적도 없고, 일본지리를 잘 모른다.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도 지도를 찾아보고야 알았다. 
그래도 2016년 4월에 뉴스로도 봤을텐데 내 머리속에 남아있지 않다. 다만 같은 해에 발생한 경주지진은 기억이 난다. 

동일한 장소를 같이 가는 일정으로(공동일정,팀일정이 나뉘긴함) 기록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남긴 글이다. 지진 이후 복구가 아직도 진행 중인 1년후에 참사현장을 찾아 관광을 부흥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참가자들 다수가 재난에 관심도 없었고 나와 거리가 먼 일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공감대도 가지기 어려운 일본의 한 지역을 간다는 것이 막막했을 듯하다. 그나마 겪어본 이도 있고 좀 더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언어장벽도 없으니) 경주를 먼저 방문하여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후 일본을 돌아보는 일정이다. 

글을 쓴 이들의 고민과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서 좋기도 하고, 그런 상태가 정리되지 않은 글로 그냥 일정과 감정을 적어내는 방식으로 수록된 경우는 사실 짜증이 좀 나기도 했다. 

지진 경험자였던 필자가 경주지진 당시에 느꼈던 공포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부분은 끝까지 걱정되는 지점이었다. 구마모토 지진처럼 큰 지진을 겪은 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그들의 태도와 자신의 감정을 비교하여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데, 재난에 의연하지 못한 자신으로 규정하게 될까봐 우려됐다. 
지진은 한번의 흔들림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그곳에 남아있었다 는 것을 찾아내고 발견한 그들의 여행이었다. 물적 피해만이 아니라 트라우마, 사람과의 관계, 삶의 공간과 태도의 변화 등이 우리가 재난을 겪은 후 복구해야 한다는 것의 주제이리라. 그래서 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환경, 일상이 달라질 수 있도록 고민이 확장되어야 한다. 재정적 지원만을 중요시해버리면 지원금은 어느사이 도박,투기,술 등으로 탕진되기도 한다. 주민들의 삶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심가치에 들어가야 한다. 

일본 행정시스템이나 구조에서 어떻게 재난을 대응하는지보다는 공동체의 힘에 많은 것을 할애한 책이었다. 구조활동을 했던 이들이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람을 '안다'는 것이 주는 유대감이었다고 쓰고 있고 일부 동의된다. 그러다보니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보인 모습, "젊은 이주세대와 나이든 정주세대"의 갈등이 생겨나는 요즘을 떠올리면 유대감이 주는 한계도 알게 된다. 경주에서 지진을 예측한 것은 아니지만 관장으로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해야 할 유물관리를 떠올리고 유물들을 고정시켜놓거나 작업을 해놓은 덕분에 경주 지진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는 유병만 관장의 이야기는 예방한다는 것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안정된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개인의 판단과 노력에 맡기지 않는 것이 구조이고 시스템이다. 
95년 1월 일본의 한신 이와지 대지진 이후 일본도 방재대책시스템을 변화시켰다고 한다. 예를 들면 수도꼭지가 이전에는 아래로 내리면 물이 나오는 거였는데 지진으로 모든 것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물이 자동으로 나오게 되니 수도꼭지를 위로 올려야 물이 나오도록 바꿨다 한다. 시스템이라는 것이 큰 규모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작은 것 하나도 이미 겪은 재난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고 현재를 바꿔내는 것이 중요하다.   

책에서는 마지막까지 특별한 답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다만 전문가가 아니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질문을 끝까지 하고 그것이 내 것이 되도록 하여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고 대답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의 뒷부분에는 각자가 재난을 주제로 만든 노래가 있다. qr로 들어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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