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는 이제 그만을 외치고 싶은 아침이었다.
장마때가 되면 불편한 것이 여러가지다.
외출하기 힘들고, 산책하기 어렵고, 화장실가는데 비를 맞기 때문에 귀찮고
문을 열면 비가 들이쳐서 앞쪽 문과 창문은 꽁꽁 닫아둬야 하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안개와 빗방울 뿐이다.
더욱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이불에서 느껴지는 축.축.함.
그래서 장마가 무지 싫다. 밉다. 짜증난다.
오늘은 잠시 비가 소강상태란다.
그래서 텃밭의 두둑을 다시 다듬는 걸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오전에 두둑을 올리려고 쪼그려 앉았는데
눈 앞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싹이 났다.
조금 쪼그렸을때는 요렇게 보였다.
그나마 새싹이 있다는 걸 알고 난 뒤 살펴보니 초록색이 보인다.
(보이시나요? 안보여요? 그럼 땅에 더 가까이 가보세요~^^)
땅에 더 가까이 가니 이런 싹이 보인다.
이건 대파싹이다. 유채씨와 같은 날 뿌렸는데 대파싹이 안나서 포기했었다.
대파씨는 아파트에 살때 베란다에서 키우던 대파에서 씨를 받았던 거였다.
싹에 붙어 있는 대파씨의 까만 껍질이 대파임을 확신하게 한다.
고것 참 신기하다.
장마가 싫더니만 비가 와서 물을 보충해주니 싹이 났다.
그래서 씨를 뿌렸다가 포기했던 것들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찾았다.
보라빛의 싹이다.
이건 싹이 난 자리로 볼때 파프리카다.
노란색, 빨간색, 주황색 구분없이 뿌렸는데 어떤 건지 모르겠다.
싹이 보라색을 띄는건 처음본다.
완전 신기~
좀 흐릿하지만 보라색싹 옆에 조금 커 있는 애도 보인다.
언제쯤이면 파프리카 모습을 보여줄까?
넘 빠른 기대인가?? ^^;;
예쁜 싹이다.
파프리카는 내가 좋아하는 채소인데 빨리 컸으면 좋겠다.
파프리카 옆에는 로즈마리가 있다.
로즈마리를 심어놨는데 아직 제대로 뿌리를 못 내리고 있다.
바람에 휘청거리면서 휘어져있지만 꿋꿋이 살아나리라 기대한다.
나중에 로즈마리 말려서 차 마셔야지~
요건 상추 모종 심은거다.
5개를 심었는데 3개는 흔적도 없이 없어지고 두 개만 남았다.
두 개는 튼실하게 크고 있다.
호박을 좋아하지만 키워본 적이 없어서 걱정하며 단호박 모종을 심었었다.
호박을 밭 끝에 심어서 타고 올라갈 수 있는걸 만들어줘야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떡하니 호박을 밭 가운데 심었다.
다시 옮겨심을까 고민중이다.
고민을 하는 이유는 얘의 뿌리가 밖으로 보일정도로(하얀색 보이죠?)
왕성하게 크고 있는데 옮겨심으면 스트레스 받을까봐서이다.
단호박을 딱 2개만 심었는데 2개라도 수확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얘를 옮겨심어야 하나, 어쩌나...
유채싹이 올라온게 엊그제인데 오늘보니 콩나물같던 모습은 없어졌다.
제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줄줄이 뿌려놨더니 이제는 눈에 잘 보인다.
바람에 씨가 날라가기로 했는지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애들도 있다.
그렇다고 일일이 그걸 다시 심어주지는 못한다.
밭관리도 못하는 나지만 이렇게 싹이 나고 채소들이 크는 건
땅의 힘도 한 몫하고 있다.
땅에 거미줄이 쳐져있다.
내 텃밭은 여기저기 땅에 거미줄이 쳐져있다.
잡아먹을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땅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빗방울마저 거미줄이 붙잡고 있다.
평소에 걷어내야 하는 걸로 인식했던 거미줄이 이렇게 예쁘다니...
장마가 무지 싫지만 좋은 건 하나 있다.
물을 필요로 하는 식물들을 듬뿍 적셔주는 것이다.
그건 곧 내가 물을 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조금 지나면 매일 얘들에게 물을 주느라 정신없겠지?
시간이 지나면 장마도 물러나겠지.
내가 싫어한다고 갈 장마도 아니니 좋은 점을 떠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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