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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2023-15]피버피치(Fever Pitch)

by 제주돌담 2023. 9. 24.

2023.09.24.일욜
닉 혼비 씀, 이나경 옮김/문학사상

난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걸 전제로 말해야만 이 책에 대한 편파적인 평가가 이해될 수 있을듯.
책읽기모임에서 하자는 바람에 읽었지만 아마...내가 선택하는 책읽기라면 읽지는 않았을 책이다.
심지어 나는 왜 이 책이 1판 11쇄까지 인쇄 판매가 되고, 2판도 3쇄까지 인쇄가 되었는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ㅜㅜ
남들이 좋은 책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맞지 않는 책인가보다. 

잘못된 버릇같지만, 읽은 책에서 그래도 이야기꺼리, 생각할꺼리를 찾아내야 하는 습성때문에 몇가지 생각은 했다.

이토록 무언가에 빠져서 내 삶의 주요한 궤적과 같이 움직인다고 느낄만한 것이 있나 싶었다.
물론, 활동-운동(스포츠말고)이 있지만 그걸 빼고는 취미에서도 시간이 되면 한다가 아니라, 이것을 위해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들은 없었다. 오로지 movement에 관련된 것에만 시간을 집중하고 내가 꼭 있어야 할 날짜에 장소에 있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해보았다. 

소속감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동질감이 결국 소속감으로 발전한다. 좋은 일만이 아니라 나쁜 일도, 좌절과 분노와 슬픔도 같이 느껴봤던 이들이 '우리'라는 동질감과 '한 편'이라는 소속감을 가지게 된다. 좋은 일만 같이 하면 '한 편' 먹기 어렵다. 소속감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소속감을 가진 곳 안에서 배신감도 느끼는 것이다. 닉 혼비가 그랬던 것처럼. 펜이 된다는 것에 관한 책이라는 닉 혼비의 책머리 글의 의미를 나중에 이해했다. 머리글은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 읽으면 더 이해가 잘된다.  

닉 혼비에게 축구를 관람하고 펜이 되는 것은 자신의 혼란스런 생활, 감정, 느낌, 기분 등을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도 있고 빗대어 드러낼 수도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거 같다.  

축구와 남성성의 연관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는 닉 혼비의 이야기. 잠깐 나오는 영국 축구장 압사 사고에 대한 진실규명 투쟁으로 유명하지만 이 책에서는 잠깐만 다룬 '힐스버러 참사', 스포츠가 가졌던 공동체문화와 힘을 앗아가는 자본, 스포츠를 즐기면서 만들어온 문화와 표현방법 등이 달라지는 현실, 팬과 구단과 선수의 관계 조차 변화하는 시대 등에 대한 혼잣말 같은 글이 있다. 깊게는 아니지만 건드려놓은 여러가지 것들로 샛길로 빠져서 이야기 나누면 좋을 듯 하다.

p24. 공연장에 가보면 이따금 칭얼거리는 아이나 하품하는 어른은 있었을지 몰라도, 분노나 절망 혹은 좌절감에 사로잡혀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고통으로서의 오락'이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었고 나는 내가 찾던 바로 그것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p80. 이 정체성 상실이란 것이 즐거운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늘 자신의 본모습만 지키며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p181. 라디오 축구란 축구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축구 경기의 미학적 즐거움, 나와 일심동체가 되는 관중들이 느끼게 해주는 편안함, 수비수나 골키퍼가 제 위치에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할 때 느끼는 안정감을 상실하고 나면, 남는 것은 무방비의 공포뿐이다. 

*책모임 사람들의 한 줄 평
-그래도 재미없다.
-삶의 시간을 채우기 위한 행동.
-안 읽길 잘했구나.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그래도 읽었으면 재밌었을거 같다.
-그때 그 열정이 지금도 나에게 있는지 확인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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