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4.25(토)
카렐 차테크/박아람/휴머니스트출판그룹/흄세 에세이005
카렐 차페크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국 여행기
100년도 더 이전 중부유럽에서 체코가 독립하던 시기의 작가가 영국을 다녀와서 쓴 여행기다. 그가 영국을 방문한 것은 1924년이다. 그의 여행기는 체코 일간지에 연재되었고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고, 이후 영국에서도 연재되었다. '로봇'이라는 말을 처음 쓴 작가로 유명한데, 같이 작업을 했던 형이 쓴 거라는 말도 있긴 하단다.
책은 얇고 재미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등에 대한 조금은 어둡게 생각했던 나를 바꾸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작가의 글은 따스하고 긍정적이다. 비판적 시각은 있으나 노골적이지 않다. 비교는 하지만 비난이나 낮춤은 없다. 산업화의 중심이었던 영국의 빈부격차, 계급차별 등에 대해서 작가는 눈감지 않았다. 집들의 모양과 계단, 찍어낸 듯한 구조, 있는 것과 없는 것, 거리에서 이야기 나누지 않는 사람들, 공동체보다는 내가 중심인 모습, 종교의 부조리함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영국만의 나무, 동물, 강, 바다 등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래서 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영국 여행기이다.
우리가 요즘시대에 하는 '한 달살기'같은 방식으로 쓴 여행기이다. 관심과 관점이 있다면 지금도 가능한데 근래의 여행기는 대부분 멋지고 아름다고 웅장한 모습을 중심으로 이야기해서 좀 아쉽다. 거기에 아무렇지 않게 그린듯한 그림이 멋지다. 채색이 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지 아무렇지 않게 그린 게 아님은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도 이렇게 그려보고 싶어졌다.
p22. 런던의 거리는 그저 삶이라는 물줄기가 집에 닿기 위해 거쳐가는 홈통 같은 곳입니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삶을 살지 않거든요. 무언가를 보거나 얘기하거나 서 있거나 앉아 있지 않아요. 거리는 그저 지나가는 곳이죠.
p75. 옥스퍼드가와 리젠트가, 스트랜드에 가보면 상품을 위해, 생산품과 사물을 위해 인간이 얼마나 멋진 집을 지어놓았는지 모릅니다. 인간의 생산품은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죠. 똑같은 셔츠도 이 황량한 잿빛 건물에 놓여 있으면 가치가 떨어질 겁니다. 그런데 사람은 이런 곳에 살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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