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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2022-6]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by 제주돌담 2022. 3. 24.

2022. 3. 23. 

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돌베개

 

'들어가며'는 작가의 생각과 이야기가 쓰여진 공간이었다. 그 외의 글은 작가가 드러나지 않고 인터뷰이의 말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인터뷰이의 말 중 어떤 내용을 쓸 것인가라는 작가의 판단이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작가가 인터뷰이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이야기 나누었던 정성이 느껴졌다. 

 

2014년 사업체파견 현장실습생으로 일을 하던 김동준 군이 직장갑질때문에 사망한다. 

김동준은 어떤 아이였고, 가족들은 어떤 아픔과 감정을 가지고 그때와 현재를 살아가는지, 왜 김동준의 죽음을 사회적 죽음으로 만들려고 했는지를 1부에 담았다. 2부는 특성화고학생들의 이야기, 고민, 다른 김동준에 대한 인터뷰를 담았다. 사업체파견 현장실습제도 존폐여부에 대한 입장은 각자의 몫으로 남겼다.

 

자신이 하고싶은 프로그래머를 하려고 특성화고에 들어갔던 김동준은 1,2학년의 고교시절을 즐겁고 유쾌하다고 기억했다. 그리고 나간 사업체파견 현장실습. 

김동준은 일도 힘들었지만 직접적 폭력과 간접적 폭력이 더 힘들었다. 술을 마시는 것이 왜 꼭 해야만 하는 일인지, 화난 직장 동료이자 선배가 뺨을 때리고 화풀이하는 걸 당해야 하는지, 왜 얼차레를 겪어야 하는지, 문제제기하고 주변에 알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는 협박을 당해야 하는지...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힘듬을 토로하고 뱉어내지만 해결되지는 않는다. 

가족들은 세상은 힘들다고 격려하지만 회사로 돌아가면 결국 혼자다.

선생님은 그런 사람과 같이 일하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회사로 찾아오겠다고 했지만, 폭력을 휘두른 동료의 협박에 선생님이 찾아와서 이야기를 하는게 알려질까 너무 무섭다. 

김동준은 선생님이 회사로 찾아오기로 한 날 아침... 회사 기숙사에서 몸을 던졌다. 

 

여느 노동자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알고 있는 일이었고 이 사건 이후 여러 활동도 같이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여러 조건을 바꿔나가야 한다.

현장실습제도를 뜯어고쳐야 하고, 회사의 조직문화를 바꿔야 하고, 장시간노동과 낮은 처우에 내몰려 분노를 자신보다 약자에게 쏟아내는 잘못된 해소방법도 바꿔야 하고, 생산량만 신경쓰는 회사를 바꿔야 하고...  

그러나 지금 당장. 권력관계에서 약자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여겨지는 조건에 처한 노동자에게 어떤 대답을 해야 했을까.

회사는 그만둘 수 있는 거라고, 그만두라고 말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선생님이 찾아간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달라졌을까... 

동료가 같이 항의하고 친구들이 더 많이 욕했다면 달라졌을까...

어떤 것도 답이 안된다. 

지금 떠오르는 유일한 답은...회사가 그런 일을 막지 못했더라도 발생한 다음에 조치를 취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책 표지가 정성스럽다. 하얀색 표지에 눈물이라고도 꽃잎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모양이 있다. 얇은 겉표지를 벗겨내면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특성화고 출신만 있다거나 현장실습생들만 적혀있지는 않다.

 

*10p. 특성화고 학생에 대한 편견은 대개의 편견이 그러하듯 '잘 모름'에서 생겨나고, 편견은 '접촉없음'으로 강화된다.

*30p. 현장실습생이 아니더라도 이직을 하거나 새로운 부서에 발령받거나 안 하던 업무를 맡은 경우 낯선 환경에 던져져 현장실습생이 된다. '적응'이라는 이행기를 거쳐야 한다. 

 

*85p. 가정폭력도 그렇잖아요. 내가 죽어야 끝나지, 이혼한다고 끝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잖아요. 자기가 죽든지 저 인간이 죽든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돼요. 이 사회를 못 믿는 거예요. 

(그 순간 선생님은, 부모는, 친구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101p. 두 사람이 있어요. 한날한시에 폭행을 당했어요. 한 사람은 폭행으로 입술이 터져도 세상이 그렇죠 어른들 말대로 다 힘든거니까요 하고 참아요.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그런 일을 참지 못했단 말이죠. 이럴 때 개인의 예민함의 정도를 형사상 책임 또는 산업재해보상법상의 책임과 관련시킬 수 있을까요?

 

*181p. 저희는 알지 못하잖아요. 이게 부당한지 아닌지 모르니까 이런 일을 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게 그 회사에서 원래 하던 일이면 위험해도 이거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 나한테 주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면 위험해도 할 것 같아요.

(원래, 당연히, 라는 것 대신 안한다, 못한다는 감각을 더 키워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223p. 사실 현장실습생 사고가 지방에서 거의 다 일어나잖아요. 이번에 태안화력 김용균 씨 사건이 일어난 데도 충남 태안이고.

(특성화고졸업생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근데 김용균 씨는 특성화고 졸업생이거나 현장실습생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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