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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2024-09]자연에 이름 붙이기

by 제주돌담 2024. 3. 27.

2024.03.24.일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윌북

부제: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책에서 본 저자의 이름과 책.
쓰여지기는 이 책이 먼저였으나 한국에 번역되어 소개된 건 이 책이 뒤다.
저자의 이름으로는 한국계 이주민이거나 한국계 조상이 있거나를 예상할 수 있는데 책 내용속에는 엄마가 일본인이라는 표현이 나올 뿐이다.

분류학은 생소한 학문이었는데 이토록 재밌는 학문인지는 몰랐다. 분류학이 나뉘는 과정도 흥미롭고 학문이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한정될 때 현실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정리한 고민은 의미있고 공감되었다.
과학이 객관적이고 타당한 학문이고 방법이지만 생명을 분류하고 체계화하고 이름을 붙이는 모든 과정이 과학자의 것으로만 되면서 생물 종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인간이 가진 움벨트는 생명보다는 상품의 세계로 채워진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나와 제주에 내려가 살 때의 나를 비교하면 바로 이해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 이들은 분기학자였다.
초기 과학적 분류의 세계를 주름잡았던 린나이우스시대는 과학의 관점과 평범한 사람들이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이 정확히 일치했다. 실재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들여다보며 기준을 가지고 분류를 시작하며 진화분류학, 수리분류학, 분자분류학, 분기학으로 이어진다. 출발은 진화의 관점을 장착하는 것이었고, 변화의 방향은 수학·통계·보이지 않는 분자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분류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실재하는 물고기는 분기학에 이르러 진화를 통해 살아남고 계승되는 요소들을 기준으로 나누다보니 과학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 과학의 세계가 있지만 실재로는 물고기는 존재한다고. 분류학이 또 어떻게 변화할지는 알 수 없다. 진화의 요소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 어떤 특징을 유의미한 통계요소로 잡을지는 어쩌면 굉장히 주관적일 수 있다.
과학이라는 영역이 점점 분자화되고 보이지 않는 세계로 들어가면서 대중의 주변에서 자연은 사라져갔다. 존재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존재를 인식하지도 않으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사라지는 생물종이 생겨나면서 저자는 다시 각자의 움벨트를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사례와 설명으로 두껍지만 이해가 잘 되는 책이라 부담스럽지는 않다. 그리고 다 읽은 다음에 옮긴이의 글을 보면 다시 정리가 된다. (근데 이 책 뿐 아니라 다른 책에도 있는 추천의 글은 언제나 왜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추천의 글을 보고 책을 보거나 사는 경우는 없는데...)

P20. 과학이 생명의 세계를 분류하고 명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유일하게 타당한 방법도 아니라는 사실을 차츰 깨닫게 되었을 때.

P21. 과학이 완벽하게 해내려고 애쓰고 있던 것, 바로 생명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과학 자체가 훼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현대적이며 철저하게 진화론적인 새로운 분류의 과학이 사실상 전 세계의 보통 사람들을 생명의 세계와 점점 더 단절되도록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거의 아무도 눈치채거나 크게 염라하지 않는 사이 세계 곳곳에서 여러 생물 종이 차례로 사라져가는 현 상황을 초래한 비극이다.

P112. 어디서 한 변종이나 종이 끝나고 어디서 다른 변종이나 종이 시작되는지, 당신은 도저히 감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
변화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데 생명의 변화는 변이라고 부르며...

P147. ‘하필 이렇게 배치하고 이렇게 이름 지은 이유는?...’ 그 근거가 된 어떠한 도해나 데이터나 수치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의도적인 일이다. 왜냐하면 한 사람이 자연의 질서에 대해 갖는 자신의 감각, 자신의 인지를 수령화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그 강력한 질서의 감각, 자신만의 전문적 견해에 도달하게 되는 무의식적인 숙고의 과정을 설명할 바법은 없다.

p164. 움벨트는 생명의 세계를 바라보는,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비과학적인 방법...움벨트가 철저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진화적인 시가과 상충하는 때가 많다는 것
--> 움벨트도 결국 환경에 의한, 학습의 효과 아닐까...아기가 자연스럽게 사물을 구별하는게 아니라 듣는 것 보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나 반복 학습 등을 통해 아기가 단어를 말하게 되는 것이라면 환경이 원인이지 않을까.

p188. 인간은 항상 자기들 주변의 생물들을 분류하고 명명하며, 주로 외양과 느낌, 우리가 인식한 바를 기반으로 집단이 모여 더 큰 집단을 이루는 식의 계층 구조로 체계화한다.

p388. 움벨트는 생명의 세계에 대한 시각만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를 둘러싼 현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이해하게 해주는 맥락에 대한 시각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우리는 의식하지도 못한 채, 생명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생물로서 우리 자신을 바로보는 관점을 상품들의 풍경에서 살아가는 소비자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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