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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2025-7]경계에 선 노동

2025.04.05. 토욜
김철식/파이돈

'디지털 자본주의와 새로운 노동권의 모색'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일반 책보다 사이즈가 작고 들고 다니면서 읽기 좋다. 

기술이 중립적이라는 착각으로 기술발전을 상수로 두는 사회의 문제를 제기한다. 디지털 기술은 기술적 논리로만 발전하지 않는다는 말을 강조하고 반복한다. 산업혁명 이전의 노동과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 그 중에서도 디지털 시대에서의 노동의 차이를 흐름에 따라 이야기하고 있다. 사회의 발전양상을 짧게 정리해서 보여준다고 생각해도 되겠다.

현대 자본주의는 임금중심 사회라고 말한다. 채용이라는 형태로 노동시간과 노동공간이 분명하고, 공과 사가 분리되고, 놀이와 일이 구분되며, 임금이라는 목표를 향해 강제적인 필수노동을 해야 한다. 
그러다 자본의 이윤을 위해 기술이 발전하고 선택되어진 기술에 의해 사회가 바뀌어가고 노동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은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기술개발로 인한 일자리의 감소를 모두들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자동화, 기계화가 가져오는 불편함과 편리함은 어떤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한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미 한국은 로봇 밀집도가 세계1위가 되어 있지만 디지털 기술에 의한 자동화든 AI등장으로 인한 위기감이든 그것들이 바꿔내는 것은 일자리의 양보다는 일의 질이고, 노동권의 배제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그것을 적용하기 위한 새로운 노동과정이 필요하고 그 일은 다시금 임시적이라하더라도 인간의 노동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AI를 보면 됨) 일자리는 변화하지만 지속된다. 문제는 그 일자리의 질이다. 디지털 시대에 생기는 노동은 시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넓어지고 사라진다. 그래서 어디서나 일을 하게 되고 여전히 우리는 노동시간단축을 주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고용과 비고용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넘나들게 된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존재가 그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인식되게 했던 시기를 지나, 진정한 자영업자가 없어지고 종속된 프랜차이즈 자영노동자들이 생기고 플랫폼 노동(프리랜서, 긱노동, 미세노동)이 새롭게 등장하며 고용과 비고용의 중간에 위치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임금노동의 종말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파편화되고 불안정한 고용을 더욱 늘리는 방식으로 나쁜 일자리만 만들어낸다. 
플랫폼을 통해 가시적인 경쟁으로 노동자들을 몰아가고, 통제는 보이지 않게 한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당하는 유령노동이 늘어나고 노동자의 삶과 노동이 부차적이 되면서 일반 작업장에서도 인간의 노동권이 부차화되는 유령노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니 현재의 노동은 임시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과도기적 인식'으로 현재를 바꾸려는 노력도 경향도 사라지고 노동자 정체성도 약화된다. 

탈노동사회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권을 배제당하는 사회로 가고 있다. 임금중심사회에서 보장되도록 만들었던 노동권들이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하다보니 끊임없이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종속성과 임금노동자 임을 주장하고 증명하게 된다. 지금은 노동권을 배제당하는 디지털시대의 노동권 개념을 확장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와 같은 임금노동의 형식을 띄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임금노동에 의존해 인간다운 삶을 이어가기 어려워지는 조건을 감안하여 사회복지제도 등도 변화해야 한다.

내가 이해한 이 책의 내용이다. 새로운 노동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사회의 변화를 통해 제기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의 수는 줄어들지만, 일하는 사람인 노동자는 줄어들 수 없는 사회에서 어떻게 노동권을 확보해나갈 것인지, 보장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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