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4.13.(일)
박서련/한겨레출판
1931년 평양 을밀대를 올라가서 고무직공노동자들의 삶을 말한, 고공농성 노동자로 기억하는 여성 강주룡.
체공녀. 공중에 머물러있는 여자. 고공농성투쟁을 한 그에 대한 장편소설이다. 어디가 허구이고 어디가 사실인지는 잘 구분되지 않는다. 2018년에 2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20살의 강주룡과 15살의 최전빈. 결혼으로 삶이 많이 바뀌는 계기를 갖게 된 강주룡. 그러나 그녀가 가진 성품과 기질이 있었기에 그 계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었을 거다.
봉건적인 여성들의 삶에 묻혀가면서도 독립된 삶을 꿈꾸고, 남편을 위해서라며 애정때문에 결정한 길들도 있지만 그 길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다시 찾아가며 그녀는 나아가고 커져가고 서 있게 된다.
전빈의 죽음으로 다시 집안의 경제를 살리는 팔려가는 여성이 되자, 주룡은 도망친다. 자신을 찾아서.
그렇게 평양의 고무노동자가 되어 모던걸이 되고 싶어하는 자신의 꿈을 짓밟는 작업반장에 대항하지는 못했지만, 동료들이 당하는 건 보고싶지 않았고 처음 만난 새내기파업단교육에서 자신을 걸어야 이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여긴다.
조선공산당, 평양적색노조 결성준비위 활동도 하면서 주룡은 평양 고무노동자로 평양고무직공조합을 만들고 임금삭감에 맞서 싸우게 된다. 처절하게 농성장도 빼앗기고 공장에서 내동댕이치듯 던져져 나온 뒤 죽을 결심으로 헤매던 주룡은...
왜 죽으려고 하는지를 세상에 알리고자 을밀대를 올라간다.
주룡은 배우지 못했다고 했으나 그녀의 삶은 앉아서 배우지 않고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워갔다. 여성해방을 말하고 사회주의를 말하는 사람들의 세미나에서 그녀는 묻는다. 자신을 빼고 모두 남성인 그 자리에서. 이 자리의 남성들이 하고 있는 생각을 부인들이 아는지, 부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한 적이라도 있는지, 그녀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어떤지 궁금해하지도 고려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해방을 말한다는 모순을.
주룡의 동료인 삼이는 새내기 파업단교육에서 출산휴가 요구를 듣고 눈물흘린다. 자신의 삶에 직결되는 요구임에도 자신은 한번도 그렇게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룡은 고공농성 이후 일제경찰에 끌려가고 아사단식투쟁을 하고 싸우고 싸우다가 목숨을 잃는다.
" 49 파업단 동지들의, 2300 평양고무 직공의, 조선의 모든 노동자는 여성의 단결된 뜻으로 호소합니다."
주룡은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사람으로 대우받고 사람으로 인정받고 사람으로 누려야 할 삶을 살고 싶었다.
술술 잘 읽히는 소설이자 역사책이자 기록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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