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9.
안 앙설렝 슈창베르제,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 / 허봉금 옮김 / 민음인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가는 법.
살아오면서 이별과 상실은 상수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아는 것과 겪는 것은 좀 다르다.
93년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엄마와 병원에서 보낸 며칠이 있다. 성실한 보호자로 역할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엄마 곁에 있었다. 돌아가시는 날 집에 있던 우리들을 불렀고 동생을 부탁하곤 졸리다고 하셨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화장실 잠깐 간 사이에 엄마는 숨을 거두었다. 그때의 충격과 슬픔과 후회... 한 달 이상 아마 난 혼자 헤매었던 거 같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책보고 책보고 정리하면서 나는 잘 살아온 건지, 내가 하려던 게 뭔지...
2024년 12월 19일. 아빠가 돌아가셨다 갑자기. 혼자서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좋아하진 않지만 거실을 돌면서 손가락으로 몇 바퀴 돌았는지 세던 아빠가. 2년전 대장암 수술받고 좀 불편하지만 잘 극복했고 외출도 잘하고 '조개구이'가 무척 맛있어졌다고 말한 아빠가. 숨쉬기가 힘들다고 해서 진료를 받으니 폐에 물이 찼다고 했지만 그 물은 나중에 자연스레 빠졌고 왼쪽 폐에 암이 있는 걸 발견했다. 의사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다. 아빠도 우리도 믿었고 그렇게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가슴을 다 절개하지 않고 수술한다고 했다. 그런데 수술 받은지 24시간이 되지 않아 아빠는 혈압이 떨어져서 숨을 거두셨다.
온 몸이 퉁퉁 부은 채로. 마지막 만진 아빠의 뽀족 솟은 머리카락은 부드러웠다.
"살아가느라 고생하셨다. 편히 가시라"가 내가 한 마지막 말이다.
그 이후 정신이 없다. 시간은 일주일이 지났고 출근은 해야 해서 했지만...몸은 천근만근이고 어디 두드려맞은 것처럼 아프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고 먹고... 생각이 안된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찾아온 애도에 대한 책들. 혼자서 해결할 수 없어서 책을 뒤졌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도 저어되는 것들이 있어서다. 나의 감정을 토해내기엔 다들 너무 바쁘다...그래도 아빠의 장례식을 4일로 한 건 잘한 일이었다. 아빠에 대한 가족들의 기억과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었고 울다가 웃다가 할 수 있었다.
나에게 이번 아빠의 장례식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이별하는 과정이었다. 일주일이었다면 어땠을까? 49재도 그런 의미로 이해하고 나름의 시간을 가지며 이전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다시 살아가야겠지.
p8.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애도해야 하는데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고 그 슬픔의 무게를 세월을 따라 차곡차곡 쌓아 가는 일들이 몇 가지씩 있다.
p8. 그것은 우리에게 상당한 트라우마가 되어, 우리는 기본적인 안전감을 잃게 되고 세상과 맺고 있는 관계가 변화하며 불안정해진다.
p10. 상실의 고통과 오래도록 계속되는 불편한 마음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불편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은 분명히 있다.
p23. 죽은 사람을 우리 기억 한 가운데 알맞은 자리에 놓아 두고 그와 맺은 끈들을 각각 적당한 시점에 하나하나씩 천천히 풀어 나가는 것이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p30. 스트레스가 너무 강해서 패배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 전조들로는 노력을 더 많이 하는데도 능률이 오르지 않고, 계속해서 피로에 시달리며,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내고, 무능한 기분이 들며, 약속을 잊어버리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멀어지는 것 등...더 이상 아무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p43. 희생과 의무감, 헌신이나 관대함은 그 정도가 지나치면 부정적인 면이 생겨나...우리는 수동적 공격성을 보이거나 까다롭고 신랄한 말투를 사용하게 되고 계속해서 기분이 나빠질 위험이 있다.
p46. 구원자가 지나치게 노력하다 지치면 희생자가 된다. -우리가 사회적참사를 대응할 때도 활동가들에게 일정한 거리를 두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p143. 용서한다고 해서 반드시 화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를 괴롭힌 사람과 다시 친하게 지내지 않고서도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용서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것이 문제다. 용서해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지만...
p145. 리타 바세트는(다국적 기업의 법률고문) 이렇게 말했다. 용서를 하지 않은 채 나쁜 일을 기억하고 있으면 우리는 지옥 같은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나쁜 일을 당한 것을 기억하지 못한 채 용서만 한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우리를 고토에서 놓아주는 용서가 되지 못한다.
p165. 혼자서 애도 작업을 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자신의 진짜 솔직한 감정을 전부 철저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마음을 담아 줄 수 있는 사람이나 그룹이 공감하면서 우리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고, 우리와 함께 있어 주어야 한다.
p170. 많은 경우에 우리는 고인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해 주지 못한 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다. 우리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나단 보테악 <애도,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이겨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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